※ 선천적인 특성에 관한 자기 비하와 낮은 자존감에 기인한 부정적 사고가 등장합니다.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이전 화: <무향의 방향> http://posty.pe/4dtqkk A와 B가 사는 도시는 온통 무채색이었다. 모든 것의 생김새에는 세부적인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고, 오로지 백색과 흑색 사이의 밝기, 형태, 양감만이 시각적으로 파악 가능...
※ 선천적인 특성에 관한 자기 비하와 낮은 자존감에 기인한 부정적 사고가 다수 등장합니다.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다음 화: <향을 내는 초> http://posty.pe/a4pqaq 무채색의 도시가 있었다. 어느 도시인들 안 그렇겠냐마는, 그 도시는 말 그대로 무채색이었다. 그 도시의 모든 것은 흑, 백, 혹은 그 중간의 색으로 표현되었다. 모...
어떻게든 20181118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에 쫓길 때도, 뭔가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를 때도. 나이가 들어서야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면 어떻게만 된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 나는 그래도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는 대책없는 주문을 부적처럼 지니고 살아간다. 오르막 20181118 나는...
가로수로 벚나무가 빼곡히 심긴 대로변을 따라 걸었다. 낭만적인 사람들이 가끔가다 길 따라 흐드러진 벚꽃을 구경하러 걸음을 멈추는 길이었다. 이제 그런 사람들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다. 가지 끝에 부풀어 있던 꽃잎의 집합은 점점 양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한 번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나 멈춰 섰다. 맞은편의 길에도 온통 벚나무다. 세상...
이런 주말 오전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주말이라도 아홉 시쯤에 일어나, 찬물을 한 잔 마시고, 솔이 가르쳐 준 스트레칭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무얼 하든 간에 바로 책상에 앉았을 거다. 그러나 지금 성아의 방에는 열한 시 무렵의 햇살이 흰 커튼에 스며들어서 간접 조명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욕심내어 장만한, 혼자서 ...
가슬가슬 보풀이 핀, 내가 유치원을 다닐 때도 있었던 솜이불. 무지하게 크고 무거운 이불을 엄마랑 나눠 덮는다. 나 혼자서 덮고 싶은데, 나는 몸이 작으니 같이 덮어야 한단다. 나는 천장을 쳐다봤다. 바깥의 흐린 빛이 들어왔다. 천장에 난 자국의 가장자리를 눈으로 훑었다. 차에서 내려 할머니한테 인사하러 뛰어갈 때만 해도 펑펑 내려 쌓이던 눈이 점심 먹을 ...
모두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맞이하는 한 점의 밤바다는 나에게 언제나 최고의 위안이었다. 고급 목재로 짠 창틀 너머에서 달빛을 머금고 넘실거리는 검푸른 물결이 항상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근질였다. 이건, 그리움은 아니었다. 바다를 그리워할 만큼 속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섬에서 사촌을 따라 나온 건 내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다섯 가지 안에 손꼽힌다. 사...
규칙: 두 번째 방이 첫 번째로 시작한다. 각자 순서가 4번씩 지날 때까지 진행한다. 상대의 글을 자신의 문체로 쓰며 7번 주고받는다. 합작은 8번째 글이 완성되면 종료된다. 1. 두 번째 방 씻고 나오니 잠은 달아나고, 새벽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는 나른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풋내 나는 하루의 시작에는 어김없이 묵은 생각이 빨갛게 익어간다. 말장난을 하기...
___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명 무용수는 밤이면 괴도 크로우(crow)가 되어 검은 수트를 입고 세계 각지에 있는 보석류를 훔치는 악명 높은 빌런이다. 그는 빛나는 것을 좋아하고, 지능이 높으며 근사한 검은 깃털을 가진 까마귀에서 따 와 그의 빌런 네임을 지었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신체 능력 덕에 한 번도 검거될 위기에조차 처해 본 적이 없다....
※ 인신 공양, 투신, 살인에 관한 직간접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해 주세요.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이른 새벽. 동이 트지 않아 온통 깜깜한 속에서 검은 덩어리들이 한 아이를 쫓는다. 끝마을의 끝자락이었다. 땅의 끝이었다. 아이는 이제 안다. 저것들을, 책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른 얇고 검은 천은 새벽바람에 너풀거렸다. 일렁...
이젠 온갖 단 것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만, 아직도 마녀님이 만들었던 별사탕만은 구현해내기 어려웠다. 마녀님, 아니, 스승님은 내가 그를 마녀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했지. 이러나저러나 마녀는 마녀다. 물론 내가 내 스승을 그렇게 부른다고 그를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존칭이다. 내가 이제야 수습 마녀에서 벗어나 마녀가 되었는데 그는 십수 년 전부터 ...
안녕.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아침 식사는 했나요? 나는 따뜻한 수프를 조금 먹었어요.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말아요. 아직 당신 걱정을 할 여력도, 내 식사를 스스로 챙길 힘도 있다니까요.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 아니에요. 그냥…, 몇 가지 부탁을 하려고요. 물론 당신이 괜찮다는 전제 아래에서요. 요즘은 쉽게 외로워지고 쉽게 힘들어져요. 좀체 ...
물 하(河), 때 시(時). 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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