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왜 잠에 안 드셔요. 내일은 중요한 날이잖아요. 자아 이리 와서 누우세요. 네, 제게 바투 붙어서 누우세요. 주무셔야 해요. 저녁이 늦었잖아요. 어어? 제 말이라면 재주를 넘으래도 넘으시던 아가씨가 오늘은 왜 이러실까요? 그럼요, 아가씨는 아가 때부터 제 말이라면 다 들으셨죠. 아가씨가 글 못 읽을 적 함께 꽃구경엘 갔지요. 알록달록 색동 저고리 ...
가람이는 호기심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은 여섯 살이에요. 가람이는 창문 밖에 있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는 걸 좋아해요. 오늘 아침에도 가람이는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걸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창문을 활짝 열며 가람이에게 말했어요. "가람아, 오늘은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이야." 살랑살랑? 그게 뭐지? 가람이는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 ...
힘든 하루였다. 버스를 놓쳐 2분 지각했다. 수업 시간이 유난히 지루했으며 친구의 말이 유난히 모질게 들렸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자꾸 잠만 쏟아졌다. 머리가 아팠다. 급식이 맛이 없었다. 그래서 컵라면을 사 먹으려 했는데 돈도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터벅터벅 겨우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 힘이 없었다. 도망칠 힘도 없는 웃기고 불쌍한 대한민국 ...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뜬다. 내가 바라마지않던 나의 고향, 나의 넓은 바다……. 정말인가? 내 몸은 모래밭에 뉘여 있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다시 올지 모른다. 나는 팔을 몸 바깥으로 짚은 뒤 몸을 앞으로 밀면서 이동했다. 갈매기 소리가 머리 위를 뱅뱅 돌고 그토록 듣고팠던 솨아아 소리가 멀었다 가까워졌다 한다. 안간...
안녕, 에스티. 잘 지냈어? 이 쪽지를 발견했다는 건 아주 즐거운 상태는 아니라는 거겠지……. 어쨌거나 찾아 줘서 고마워. 나 지금 네가 필요해. 네가 생각하는 그 일 때문이야. 뒤늦게 이렇게밖에 연락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사정이 있어. 그래서 네가 허락한다면 얘기를 좀 했으면 해. 웰스턴 아카데미 근처에 근사한 바가 있어. 책 제목이 힌트야. 매일 밤 9시...
1. 바다만 보면 숨이 턱 막혔다. 바다가 너무 탁 트여 있어서 짙은 푸른빛이 나를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바다 깊은 곳 소용돌이까지 의식이 닿으면 모든 것이 투명해졌다. 나는 그 청명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파도 소리가 불어왔다. 나는 맞바람이 강하게 치면 숨을 쉬기 힘들었다. 호흡기가 약해서 그런 걸까? 그럴 때면 코와 입을 ...
안녕하세요. 그림과 답신 잘 받았습니다. 먼저, 당신의 반려견 하미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애도를 전합니다.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은 항상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하미가 강아지별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이번 그림은 정말이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 가지각색 푸른 꽃으로 뒤덮인 둥근 보름달 위 서로를 끌어안는 ...
안녕. 나는 한 권 책이야. 중단편일지 장편일지 대하소설일지는 나도 몰라. 그렇지만 이야기는 이미 시작됐어. 지금 너와 이야기하는 것도 적히고 있는걸. 줄거리가 썩 극적이지는 않아. 그래도 최대한의 상세한 서술은 보장할 수 있어. 어디 보자, 7살 때는 길에 가다 강아지풀이 있으면 꼭 쪼그려 앉아서 만지고 일어났거든. 보들보들해서 되게 좋아했어. 그 이야기...
안녕하세요. Joyful English Academy에서 함께 일하게 되어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이 안내문은 근무 시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규칙에 대한 문서이며, 본 규칙은 원장님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안내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원장님께는 알리지 말아주십시오. 꼼꼼하게 읽고 하단에 서명한 뒤 이 학원의 교무부장인 켈렌 선생님 ...
1. 키워드: 노랑, 삼각형, 벽 <노랑, 삼각형, 벽>요즘 초등학교횡단보도 앞 벽에는노랗게 삼각형이칠해져 있더라고삐약삐약 아가들이거기에 서서노랗게 노랗게기다리라고뛰면 안 된단다너무 힘을 빼지 마렴아니야 뛰어도 된단다하고 싶은 것 맘껏 하렴그렇지만 횡단보도에선 뛰면 안 된단다 2. 키워드: 종, 머리칼, 휴식 <쉬는 시간>종이 울린다꼬...
잘 지내셨는지요. 벌써 이렇게나 무더운 8월 중순이네요. 그림 잘 받아 봤습니다. 이번 그림은 제목이 <우리>더군요. 꺼져가는 벽난로 잔불과 그 옆의 선인장을 시리게 밝은 색감으로 그려주신 게 인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습니다. 십수 년간 당신의 그림을 봐 온바 당신이 이런 색채를 쓴 일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뭉근한 색을 주로 쓰시지 않습니까...
바다만 보면 숨이 턱 막혔다. 바다가 너무 탁 트여 있어서 짙은 푸른빛이 나를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바다 깊은 곳 소용돌이까지 의식이 닿으면 모든 것이 투명해졌다. 나는 그 청명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파도 소리가 불어왔다. 넌 아가미가 있는 것 같아. 너는 엉뚱한 얘기를 했다. 무슨 뜻이냐고 되묻자 너는 내 얼굴을 빤히 봤다....
물 하(河), 때 시(時). 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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